러브레터(1995) - 후지이 이츠키, 무의식으로의 억압과 해소 movies & shows


보면 볼수록 러브레터가 명작이라고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서 표현된 인물들의 무의식에 대한 세세한 표현들이다.

소녀 후지이 이츠키의 트라우마와 그에 대한 방어기전 그리고 그것의 해소에 대해 살펴보자.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가 산에서 조난 당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후 성묘서 돌아오던 중 마주친 잠자리를 떠올

린다. 기쁨이 고조된 후에 찾아온 상실감과 슬픔.



 소녀 이츠키는 어버지의 죽음을 대할 당시 어린 나이와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집안 일을 하며 정신없이 보내는

탓에 실감하지 못했던 슬픔을 이 때 처음으로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장례식에서의 이츠키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슬픔에 가득찬 어머니와 할아버지와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보다는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시기 상으로 이 때는 남자 이츠키와 작별을 한 때 즈음인데,

 이츠키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첫사랑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모두 자신의 무의식 속에 억압(repression)시켜 놓은 것으로 보인

다. 
 
 이로 인해 그녀는 겉으로는 쾌활한 척하나 무의식 속에서는 슬픔과 상실감이 채워진 채로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사랑없는 인

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이는 초반에 나오는 영화보러 가자는 집배원에 대한 완강한 거절(물론 남자가 좀 안습이기는 하지만ㅎ)이나 작품 전체에서 
 
 쾌활한 듯 하나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불쌍한 집배원, 그러나 이츠키는 아버지 사진이나 소년 이츠키로 미루어 볼 떄 저런 스타일 말고
      깔끔한 남자, 아니면 잘생긴 남자ㅡㅡ 를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생긴 애.)

 (소녀 시절 남자 이츠키와의 마지막 만남 때 보여줬던 미소가 영화 안에서 그녀가 보인 가장 큰 미소이다. 
   이 미소는 남자 이츠키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에 대한 반응이었는데, 
   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자 이츠키가 여자 이츠키에게 직접적인 말로 천절함를 표현한 순간이었다.)

 (이츠키가 갈 때까지 한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는 소녀 이츠키, 그래도 아버지 상중인데 ㅡㅡ;)


 그리고 이츠키는 감기가 다소 심하지만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병원에서 아버지의 죽기 전 모습을 본 순간

받은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이 장면을 실제로 본 것인지 그녀의 상상인지 영화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무의식 깊숙히 침잠해 있던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이츠키에 대한 사랑의 기억이 처음으로 살아나는 열쇠는 가장 큰

충격의 장소인 병원그녀의 이름(혹은 첫사랑의 이름)인 '후지이 이츠키'이다.

 병원에서 자신의 이름(이자 첫사랑에 대한 이름)이 불릴 때, 폐렴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회상과 동시에 첫사랑 이츠

키와의 첫 만남부터 헤어짐의 순간에 대한 기억이 순식간에 떠오르게 되는데, 이는 같이 동시에 억압되어있던 아버지와 이츠키에

대한 기억의 통로가 동시에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병원에서 잠시 잠든 사이 떠오른 위중한 아버지의 영상, 중앙의 시계가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 준다.)
  
     (병원,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무의식으로의 문을 열게 된다.)

 (문을 열자 자신이 마지막으로 남자 이츠키를 본 장면이 떠오르고)
 
(곧 자신이 처음 이츠키를 만난 교실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된다.)



결국 이러한 무의식 속의 상처와 맞닥드림으로 인해서 상처는 치유된다. 물론 이 과정은 쉬운 과정은 아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이츠키는 폐렴으로 표현되는 아픔의 순간이 있었다. 

 결국 '우리는 고통을, 최대한으로 경험해야만 그것으로 부터 치유 된다.(마르셀 프루스트)' 식으로 이츠키는 내면의 상처

에 대한 직면, 그리고 그것에 대한 커다란 아픔을 통해서 무의식 속에 억압시켜 놓았던 자신의 기억을 풀어내고 예전 자신의 첫사랑

이 동명의 후지이 이츠키임을 다시 떠올린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버지의 상실과 첫사랑의 상실감에 대한 억압을 해소한 이츠키, 그녀의 대사는 '하이케 후지이 이츠키 사마, 오겡끼데스까?'였다. 그리고 이는 눈밭에서 동일한 소리를 외치는 히로코의 장면과 겹쳐진다.
  하지만 이 대사는 사실 이츠키에게 더욱 특별한데, 히로코의 경우와는 달리, 남자 이츠키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자신을 향한 말이기 때문이다.) 
 



 
 
 

덧글

  • 남박사 2012/01/16 02:30 # 답글

    좋아해서 책으로도 사서 읽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츠키가 시험지 정답을 맞추려고 이츠키가 자전거 페달을 돌려 조명으로 비춰주는 장면이었어요.어 틀렸다 하면서 조용히 자전거 체인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큰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추억이 굉장히 애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 KS청년 2012/01/16 13:02 #

    아 저도 그 장면에서 참 애틋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감성적이죠ㅎ 그리고 영화 전체가 그러한 장면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전 도서관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읽는 남자 이츠키의 모습이나 자전거 타고 가면서 이츠키를 괴롭히는 모습도 인상적이더라구요~^^ 옛날 생각 많이 나죠ㅋ
  • 애쉬 2012/01/18 08:56 #

    포카리스웨트 광고로 더 많이 알려진 장면이라죠^^

    낭만적인 그림인데.... 알고 보면 시험지 맞추어보기 ㅋㅋㅋ

    내용과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아름다운 그림이 조각조각 패치워크 된 아름다운 영화네요

    저는 도서관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그림이 떠오르네요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레쉬(대출기록이 없는 도서카드에 자기이름을 쓰고 줄줄이 펼쳐들고 자랑질하는...)라는 개드립 장면도 참 웃겨요 ㅋㅋㅋ
  • BS 2012/01/17 00:48 # 답글

    나는 저 오타루를 다녀 왔다고!!!!!! ㅋㅋㅋ 감성 돋는 곳이지...
  • KS청년 2012/01/18 23:36 #

    저도 감성이 돋기는 하는데...상당히 덕후시네요ㅋ
  • 애쉬 2012/01/18 08:54 # 답글

    한국인은 눈 밭만 보면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는 종족...
    ...이라는 조건반사를 만든 영화^^
  • KS청년 2012/01/18 23:35 #

    저도 그때 친구들이랑 장난 많이 친거 같네요~ 국내 개봉된 일본영화 중에 거의 처음 아니었나요? 그래서 더 인상깊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 ㅋㅋ 2012/01/18 17:43 # 삭제 답글

    35살 넘어서 다시보면 이처럼 유치한 영화도 없습니다...
    ㅋㅋ
  • KS청년 2012/01/18 23:34 #

    그렇게 나이 안먹고 봐도 유치한 영화죠. 그리고 전 그 유치함을 좋아합니다^^
  • 지나가나가 2016/01/17 17:36 # 삭제

    35살 먹고 봐도 유치하다라... 사람마다 감성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 초6에 우연히 접했거든요... 그때는 첫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이랑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 나인데도... 제 감성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 영화입니다. 지금 29 먹었는데도... 이영화를 보면 항상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알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풋풋한 감성이 너무 좋기도 하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 여러가지가 한번에 와요. 올해 재개봉해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는데... 좋더군요... 마음이 먹먹해지는게... 제가 60이 넘어서 이 영화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이러한 감성을 공유하지 못한다는게...
  • 지나가나가 2016/01/17 17:36 # 삭제

    35살 먹고 봐도 유치하다라... 사람마다 감성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 초6에 우연히 접했거든요... 그때는 첫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이랑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 나인데도... 제 감성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 영화입니다. 지금 29 먹었는데도... 이영화를 보면 항상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알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풋풋한 감성이 너무 좋기도 하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 여러가지가 한번에 와요. 올해 재개봉해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는데... 좋더군요... 마음이 먹먹해지는게... 제가 60이 넘어서 이 영화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이러한 감성을 공유하지 못한다는게...
  • 지나가나가 2016/01/17 17:36 # 삭제

    35살 먹고 봐도 유치하다라... 사람마다 감성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 초6에 우연히 접했거든요... 그때는 첫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이랑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 나인데도... 제 감성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 영화입니다. 지금 29 먹었는데도... 이영화를 보면 항상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알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풋풋한 감성이 너무 좋기도 하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 여러가지가 한번에 와요. 올해 재개봉해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는데... 좋더군요... 마음이 먹먹해지는게... 제가 60이 넘어서 이 영화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이러한 감성을 공유하지 못한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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